요즘 제가 고민하는 화두는 어찌보면 좀 무겁습니다. 평등, 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자본주의, 인간 등입니다.
늘 접하고 또 자주 언급하면서도 정작 그 의미에 대해 대로 생각해 보지도 못한 채 지나가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뽑아든 책이 캐나다인 제임스 랙서가 쓴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민주주의일까요? 올해가 바로 대선과 총선이 한꺼번에 치러지는 정치의 해이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늘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민주주의죠. 그래서 궁금해 졌습니다. 과연 민주주의가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저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해 파고들고 싶었지만 이 책은 전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대해 소개하는 개론서의 성격을 띠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건질 수 있는 것도 몇 개 있었죠.
간단히 요약해 민주주의는 국민이 통치하는 제도입니다. ‘국민에 의한 통치’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죠. 그런데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스 아테네 시민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민주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생각한 민주주의는 18세 이상의 성인 남자들만 누릴 수 있었죠. 노예와 여성은 참정권이 없었습니다. 결국 당시 아테네 사람들의 20% 만이 ‘민주주의’를 향유할 수 있었다는 얘깁니다.
이 책에서는 모든 국민이 한 표씩 행사해 대표자를 뽑는 정치적 민주주의 외에 경제적 민주주의, 사회적 민주주의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자본주의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가로막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죠. 실제 자본주의는 돈 많은 사람이 권력을 많이 갖는 ‘비민주적’ 제도라고 주장합니다. 자본가가 토지 소유자, 그리고 임금 및 봉급 생활자의 희생을 담보로 자본을 통제함으로써 사회를 지배할 수 있는 특권을 차지한다는 거죠.
저자가 제기한 문제 가운데 흥미롭게 느낀 건 과연 개인은 국민 다수가 뽑은 정부에 저항할 권리가 있는가 하는 겁니다.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 불복종’을 언급하면서 개인은 국가 정책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다고 믿을 때 국가에 저항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국민이 선출한 정부가 통치하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지라도 말이죠.
책 전반적인 내용은 좀 지루한 데 유시민 씨가 쓴 책 추천사에서 공감할 만한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유시민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민주주의는 최선의 정치제도인가?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것 말고 우리에게 무엇이 있는가? 역시 대답하기 어렵다. 민주주의는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는 제도라기보다는 누가 권력을 장악하든 악을 저지르기 어렵게 만드는 제도에 가깝다.”
전적으로 동감하는 구절입니다.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투표할 때 이 구절을 맘에 꼭 새겨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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